감기인 줄 알고 병원에 갔다가 "항생제까지는 필요 없다"는 말을 듣고 의아했던 적이 있습니다. 반대로 항생제를 처방 받았는데 며칠 지나도 차도가 없어 다른 약으로 바뀐 경험도 있을 수 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원인균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려 의료진이 일단 경험적으로 항생제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이 '경험적 선택'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AI 연구와 개발이 이어지고 있어 정리해봤습니다.

1. 항생제, 왜 고르기 어려운가
항생제 내성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꼽힙니다. 내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2050년에는 전 세계에서 매년 약 1,000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 바 있습니다.
국내 항생제 사용량은 과거보다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OECD 38개국 평균(인구 1,000명당 하루 13.1도즈)보다 높은 수준(16.0도즈)입니다.
문제는 원인균과 내성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배양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데, 치료가 시급한 상황에서는 결과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와 경험을 바탕으로 '경험적 항생제'를 먼저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 선택이 적절하지 않을 경우 부작용이나 항생제 내성 문제와 관련될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어떤 항생제를 선택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2. AI는 어떤 기준으로 항생제를 추천하나
1) 대규모 의료 데이터로 내성 패턴을 학습한다
아주대의료원 의료정보학교실 박래웅 교수 연구팀은 국내 상급종합병원 275만 명의 공통데이터모델(CDM)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경험적 항생제 내성 예측 AI를 개발했습니다.
병원성 요로감염이 의심되는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의 기저 특성(인구학적 정보, 진단 기록, 약물 처방력 등)과 다른 기관 전원 기록, 항생제 감수성 경향(antibiogram)까지 종합해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2) 여러 항생제의 감수성을 한 번에 예측한다
이 모델은 8가지 항생제 감수성 패널 결과를 동시에 예측하도록 설계됐고, 기존 선행 연구들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보였습니다.
연구팀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 형태로도 공개했으며, 국제항균제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Antimicrobial Agents)에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3) 증상·검사 결과를 종합해 처방 근거까지 제시하려는 시도도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AI센터를 열고 SK C&C와 함께 '에이브릴'이라는 AI 항생제 어드바이저 개발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환자의 증상과 검사 결과를 입력하면 적합한 항생제 종류와 처방 방법·주기, 추천 근거까지 의료진에게 제안하는 방식을 목표로 했습니다.
다만 병원 측 관계자도 영상을 판독하는 AI보다 항생제 처방 정보를 제공하는 AI 개발이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이 분야의 기술적 난이도가 낮지 않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만합니다.

3. 관련 사례 비교
| 연구/시스템 | 데이터·대상 | 목표 | 현황 |
|---|---|---|---|
| 아주대의료원 경험적 항생제 예측 AI | 상급종합병원 275만 명 CDM 데이터, 요로감염 의심 환자 | 8가지 항생제 감수성 패널 예측 | 웹 애플리케이션 공개, 국제항균제학회지 게재 |
| 고려대 안암병원 '에이브릴' | 환자 증상·검사 결과 입력 | 항생제 종류·처방법·근거 제안 | AI센터 개소 및 공동 개발 추진 단계 |
두 사례 모두 '경험적 처방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목표는 같지만, 접근 방식과 개발 단계는 다릅니다.
아주대 모델처럼 이미 웹으로 공개된 경우도 있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어느 범위까지 일상적으로 쓰이는지는 병원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4. 환자가 참고하면 좋은 포인트
Tip. AI 추천이 있어도 항생제 사용의 기본 원칙은 환자 스스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처방받은 항생제는 임의로 중단하지 않고 정해진 기간·용법을 지키기
- "항생제가 꼭 필요한가요?"라고 담당 의료진에게 직접 물어보기
- 과거 특정 항생제에 부작용(알레르기 등)이 있었다면 진료 전 미리 알리기
- 감기 등 바이러스성 질환에는 항생제가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하기
5. 자주 묻는 질문
Q1. AI가 추천한 항생제라면 무조건 믿어도 되나요?
아닙니다. AI 추천은 의료진의 판단을 돕는 참고 자료이며, 최종 처방 결정은 담당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직접 확인한 뒤 내립니다.
Q2. 이런 AI 시스템이 모든 병원에서 쓰이고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연구 개발 단계이거나 일부 병원·웹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공개된 수준이며, 병원마다 도입 여부와 활용 범위가 다릅니다.
Q3. 항생제 내성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치료를 못 받나요?
아닙니다. 치료가 시급한 경우 의료진이 경험적 항생제로 우선 치료를 시작하고, 이후 검사 결과에 따라 약을 조정하는 방식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항생제는 '빨리 쓰는 것'과 '맞게 쓰는 것' 사이에서 늘 균형이 필요한 약입니다.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해 이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이지만, 아직 병원마다 개발·도입 단계가 다르고 최종 판단은 의료진의 몫이라는 점을 함께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
참고 자료
- 코메디닷컴, 아주대의료원 경험적 항생제 AI 예측 모델 개발 — https://kormedi.com/1645472/
- 메디칼타임즈, 고려대 안암병원 AI 항생제 어드바이저 '에이브릴' 개발 추진 — https://www.medicaltimes.com/Main/view.html?ID=1111857
면책 조항
여러분은 항생제를 처방받을 때 "꼭 필요한가요?"라고 직접 물어본 적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