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숙제를 앞에 둔 아이가 연필을 쥔 채 한참을 앉아 있더라고요. "쓸 게 없어?"라고 물었더니 "아니, 쓸 건 많은데 뭐부터 써야 할지 모르겠어"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생각에 아직 순서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저는 아이와 함께 생각을 종이에 먼저 펼쳐보는 마인드맵을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AI에게 글을 대신 써달라고 하는 대신, 생각을 더 꺼내고 묶고 정리할 수 있는 질문을 받는 도구로 활용했어요.

생각을 펼쳐 놓으면 처음에는 뒤죽박죽처럼 보여도, 비슷한 것끼리 묶고 순서를 정하는 과정에서 글의 뼈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과정을 아이와 함께 해본 방법과 AI를 활용할 때의 질문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마인드맵과 가까운 도구인 개념 지도(concept map)에 대한 연구가 있습니다. Nesbit와 Adesope가 2006년에 발표한 메타분석은 4학년부터 대학 단계까지의 학생이 참여한 55개 연구, 5,818명의 자료를 살펴봤으며, 개념 지도를 활용한 학습이 지식 기억(retention)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개념 지도를 대상으로 했고, 글쓰기 구조에 대한 효과를 직접 검증한 연구는 아닙니다. 효과의 크기도 활용 방식에 따라 작게도 크게도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 소개하는 방법을 특정 교육 효과가 입증된 방법으로 보기보다는, 아이와 시도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정리 도구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목차
1. 생각이 글의 뼈대가 되는 4단계
제가 아이와 실제로 해본 순서입니다. 정해진 규칙이라기보다는 아이의 나이나 상황에 따라 바꿔도 괜찮은 방법이에요.
1) 쏟아내기
종이 가운데에 글의 주제를 적습니다. 그리고 떠오르는 낱말이나 경험을 가지처럼 자유롭게 뻗어봅니다.
이 단계에서는 맞춤법이나 문장이 되는지를 따지지 않았어요. "이걸 써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면 오히려 생각이 멈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라는 주제라면 날씨, 음식, 옷, 하고 싶은 일, 가족과의 경험처럼 처음 떠오르는 단어를 적어봅니다.
2) 묶기
가지가 어느 정도 늘어나면 비슷한 내용끼리 같은 색 펜으로 묶어봅니다.
예를 들어 날씨와 옷에 관한 내용이 한쪽에 모이고, 가족과 함께했던 일이 다른 쪽에 모일 수 있습니다. 각각의 묶음에 어떤 이름을 붙일지는 아이가 직접 정하도록 합니다.
3) 순서 정하기
묶음이 만들어졌다면 이제 번호를 붙여봅니다.
무엇을 먼저 설명하면 읽는 사람이 이해하기 쉬울지 생각하면서 1, 2, 3처럼 순서를 정합니다. 처음에는 시간 순서로 정할 수도 있고, 중요한 내용부터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정할 수도 있습니다.
4) 한 줄 뼈대 만들기
마지막으로 처음·가운데·끝에 들어갈 내용을 한 줄씩 적습니다.
아직 완성된 문장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글 전체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글쓰기는 다음 시간으로 미뤄도 괜찮습니다. 뼈대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목표는 충분합니다.
2. AI에게는 '질문'만 받아보기
마인드맵을 AI에게 맡길 때 가장 주의했던 부분은 AI가 아이의 생각을 대신 만들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AI에게 완성된 글이나 답을 요구하기보다, 아이가 직접 생각을 더 이어갈 수 있는 질문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1) 가지를 더 뻗어볼 질문받기
예를 들어 이렇게 요청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라는 주제로 마인드맵을 그리고 있어. 아이가 가지를 더 뻗을 수 있도록 질문 5개만 만들어줘. 답은 알려주지 말고 질문만 해줘."
이렇게 하면 AI가 내용을 채우는 대신 아이에게 생각할 방향을 던져줄 수 있습니다.
2) 묶는 방법의 힌트 받기
아이가 적은 낱말을 그대로 입력하고 분류의 힌트만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적은 낱말이야: [낱말 목록]. 비슷한 것끼리 묶는 방법을 힌트로만 알려줘. 묶음 이름은 아이가 직접 지을 거야."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AI가 분류 결과를 확정하도록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이 두 가지가 비슷한 것 같다"라고 판단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3) 뼈대 점검받기
처음·가운데·끝을 아이가 직접 정한 뒤에는 다음과 같이 요청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이렇게 처음·가운데·끝을 정했어: [아이의 뼈대]. 빠진 부분이나 순서가 어색한 곳을 질문으로 짚어줘. 글을 대신 써주지는 마."
AI에게 정답을 받기보다, 아이가 자신의 구조를 다시 생각하도록 질문을 받는 방식입니다.
AI가 구조나 글을 대신 만들어주면 그건 아이의 생각이 아니라 AI의 생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인드맵을 먼저 종이에 직접 그리고, AI는 그다음에 질문을 받는 용도로 활용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프롬프트마다 "답은 알려주지 말고", "대신 써주지는 마"라는 조건을 넣었습니다.
3. 실제로 이렇게 해봤어요
아이와 진행할 때는 다음 순서로 해봤습니다.
- 큰 종이 가운데에 주제를 쓰고 2~3분 동안 낱말을 쏟아내기
- 같은 색끼리 묶고 묶음 이름을 아이가 직접 짓기
- 막히면 부모와 함께 AI의 질문 카드를 받아 가지 더하기
- 묶음에 번호를 붙여 순서 정하기
- 처음·가운데·끝을 한 줄씩 적고 AI에게 점검 질문 받기
- 글쓰기는 다른 시간에, 뼈대를 보면서 아이 말로 쓰기
처음부터 20분을 꽉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지치면 1~2단계만 하고 멈춰도 괜찮았어요.
마인드맵을 완성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생각을 꺼내고 정리하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특히 부모가 아이의 낱말을 보고 바로 "이건 여기로 옮겨야지"라고 정리해 버리기보다, "이 두 가지는 비슷해 보여?"처럼 질문하는 방식으로 도와주려고 했습니다.
4. 마인드맵의 각 부분은 글에서 어디로 갈까?
마인드맵을 그렸다고 해서 자동으로 좋은 글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지와 묶음을 글의 구조와 연결해 보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가 조금 수월합니다.
| 마인드맵 | 글에서는 | 아이에게 물어볼 말 |
|---|---|---|
| 가운데 주제 | 글 전체에서 하고 싶은 말 | "이 글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건 뭐야?" |
| 큰 가지(묶음) | 하나의 문단 | "이 묶음은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 |
| 작은 가지 | 문단 속 이야기 거리 | "이 가지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거야?" |
| 번호 | 글의 순서 | "어떤 걸 먼저 말하면 읽는 사람이 이해하기 쉬울까?" |
| 겹치는 가지 | 하나로 합칠 내용 | "이 두 가지는 같은 이야기일까?" |
물론 이 표가 모든 글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글과 설명글처럼 글의 종류에 따라 적절한 구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표를 정답으로 사용하기보다는, 마인드맵에 흩어진 생각과 실제 글의 구조를 연결해 보는 참고 틀로 활용하면 좋습니다.
5. 아이와 해볼 때 기억해 둘 팁
낱말을 쏟아낼 때는 평가하지 않기
처음부터 "그게 글에 들어갈 만한 내용이야?"라고 평가하면 아이가 생각을 꺼내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단 적고, 나중에 묶고 고르는 방식으로 단계를 나누어보세요.
가지가 너무 많으면 세 가지만 고르기
내용이 너무 많아 오히려 막힌다면 이렇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세 가지는 뭐야?"
모든 생각을 글에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무엇을 남길지 고르는 것 역시 글쓰기의 일부입니다.
색은 단순하게 사용하기
색 펜은 3~4가지 정도면 충분합니다. 색이 많아질수록 정리보다 색을 고르는 데 더 신경을 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완성 과정을 남겨두기
마인드맵 사진을 찍어두면 나중에 아이가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글로 바뀌었는지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처음의 낱말과 최종 글을 함께 보면 "내가 처음에는 이런 생각도 했었구나"라고 되돌아볼 수도 있습니다.
6. 자주 묻는 질문
Q1. 아이가 낱말을 몇 개밖에 못 떠올려요.
처음에는 가지 3개만 목표로 해도 괜찮습니다. AI에게 질문을 받거나 "언제, 어디서, 누구와"처럼 육하원칙을 힌트로 주면 생각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해진 개수만큼 반드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하나라도 직접 꺼내보는 것입니다.
Q2. 마인드맵 대신 앱을 써도 되나요?
앱을 사용해도 좋습니다. 다만 처음에는 종이에 손으로 그리는 쪽이 아이가 부담 없이 시작하기 쉬웠습니다.
아이의 성향과 가정 상황에 따라 편한 도구를 선택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종이냐 앱이냐보다 아이가 직접 생각을 꺼내고 구조를 만들어보는 과정입니다.
Q3. 그래도 글로 옮기려면 또 막혀요.
뼈대에 적어둔 한 줄 가운데 하나만 골라 문장으로 풀어보세요.
처음부터 글 전체를 완성하려고 하면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첫 문단만 써보고 잠시 멈추는 것도 괜찮다고 말해주면 시작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를 보면 먼저 "무슨 내용을 쓸지 생각해 봐"라고 말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 입장에서는 생각해야 한다는 말 자체가 막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생각을 머릿속에만 두지 않고 종이 위에 꺼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가운데에 주제를 적고, 가지를 뻗고, 비슷한 생각을 묶고, 순서를 정해 보세요. 그렇게 흩어져 있던 낱말을 하나씩 연결하다 보면 글의 뼈대가 보이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 하나를 골라 가운데 동그라미만 그려보세요. 거기서 어떤 가지가 뻗어 나오는지 지켜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혹시 아이가 글쓰기 앞에서 막혔을 때 어떻게 도와주셨나요? 댓글로 들려주시면 다음 훈련 아이디어에 참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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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및 참고 사이트
- Nesbit, J. C., & Adesope, O. O. (2006). Learning with Concept and Knowledge Maps: A Meta-Analysis. Review of Educational Research, 76(3), 413-448. (저자 소속 Simon Fraser University 게시 페이지)
- 같은 논문 초록, Washington State University 학술 저장소
본 포스팅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아이와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으니 참고 자료로만 활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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