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서 AI로 만든 초안을 함께 검토하다가 "이건 누가 확인해요?"라는 말이 나왔는데, 아무도 선뜻 대답하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서로 누군가 확인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넘어갔고, 나중에야 빠진 부분이 발견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순히 담당자를 정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누가 어떤 일을 맡고, AI가 만든 결과물은 누가 확인할지 먼저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비난이 아니라 요청과 확인의 말로 전달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업무의 책임은 분명하게 나누되, 동료와의 관계는 해치지 않는 것. 이번 글에서는 AI 협업 과정에서 역할과 책임의 경계를 정하고, 불편한 상황을 부드럽게 전달하기 위해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팀 분위기와 조직 규정은 서로 다르므로, 실제 업무에 적용할 때는 조직의 상황에 맞는 부분을 선택해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업무에서 책임이 흐려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AI를 함께 활용하는 업무에서는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과 확인하는 사람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때 담당 범위가 명확하지 않으면 서로 상대방이 확인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개념이 사회적 태만입니다.
1) 집단 작업에서 줄어드는 개인의 노력
카라우와 윌리엄스가 1993년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발표한 메타분석은 78개 연구를 종합했습니다.
연구에서는 개인의 기여가 따로 드러나지 않는 집단 작업에서 사람들이 노력을 덜 들이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를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이라고 합니다.
그 정도는 중간 크기로 여러 과제와 집단에서 확인되었습니다. 반면 개인의 기여가 식별되거나 과제가 의미 있다고 느껴질 때는 이러한 경향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는 업무에서 각자의 역할과 기여를 명확하게 정리하는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합니다.
2) AI와 함께 일할 때도 나타날 수 있는 책임 분산
2021년 『Information Systems Frontiers』에 발표된 한 연구는 참가자 102명이 온라인에서 가상 비서의 도움을 받아 과제를 수행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가상 비서와 협업하는 상황에서도 노력을 덜 들이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참가자들이 책임을 가상 비서에게 넘기는 경향도 관찰되었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참가자 102명을 대상으로 한 한 번의 연구이며, 2021년에 진행된 실험입니다. 따라서 당시의 가상 비서 협업 결과를 현재의 대화형 AI를 사용하는 모든 업무 환경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AI가 결과물 작성에 참여할 때 사람의 확인과 판단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3) 책임을 강조할 때도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
개인의 역할과 기여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대학생 174명(58개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막 만들어진 집단에서는 사회적 태만이 나타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 집단 후반으로 갈수록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새롭게 형성된 집단에서 개인의 기여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방식이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약하게 할 가능성을 제안했습니다.
다만 소속감 약화는 연구에서 직접 검증된 결과가 아니라 연구진이 제안한 가능성이라는 점을 구분해야 합니다.
이 연구를 참고하면 새로운 팀에서 처음부터 개인의 책임만 강조하기보다, 함께 일하는 목적과 역할을 먼저 공유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4) 연구 결과를 실제 업무 대화에 적용할 때
앞서 살펴본 연구들은 실험실이나 온라인에서 진행된 짧은 과제를 중심으로 합니다. 따라서 실제 직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이나 조직 문화를 모두 설명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4단계는 연구 결과를 업무 대화에 적용해 본 하나의 실용적인 방법입니다.
핵심은 책임을 무조건 개인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라, 업무의 담당 범위와 확인 절차를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입니다.
2. AI 협업에서 책임의 경계를 정하는 4단계
역할을 나누는 일은 복잡한 규칙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됩니다. 업무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누가 무엇을 맡는지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1) 일의 단위와 책임자를 한 줄씩 정하기
먼저 업무를 구체적인 단위로 나눕니다.
예를 들어 AI를 활용해 보고서를 작성한다면 자료 정리, 초안 작성, 사실 확인, 최종 검토처럼 작업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각 항목에는 담당자와 완료 기한을 함께 적습니다. AI가 만든 결과물이 있다면 그 내용을 확인할 사람도 별도로 표시합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이름을 적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누가 어떤 범위까지 맡는지 서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2) AI가 하는 일과 사람이 판단할 일을 나누기
AI와 사람의 역할을 구분하면 확인 과정이 더 명확해집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AI의 역할: 초안 작성, 문장 정리, 자료 분류
- 사람의 역할: 사실 확인, 업무 맥락 검토, 최종 판단
이 구분은 하나의 예시이며 모든 조직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준은 아닙니다.
업무의 성격에 따라 AI가 맡을 수 있는 범위와 사람이 직접 확인해야 할 부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팀원들과 협의해 실제 업무에 맞는 기준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지적보다 요청과 확인의 문장으로 바꾸기
담당자가 정해지지 않았거나 확인이 누락된 상황에서는 말하는 방식도 중요합니다.
"왜 확인 안 했어요?"라고 이야기하면 상대방은 문제 해결보다 책임 추궁을 먼저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사실 → 요청 → 확인의 순서로 전달해 보세요.
예를 들어 다음과 같습니다.
- 사실: AI 초안의 3쪽 수치는 아직 출처 확인 전입니다.
- 요청: 금요일 오전까지 확인해주실 수 있을까요?
- 확인: 일정이 어려우면 알려주세요.
이렇게 표현하면 현재 상황과 필요한 업무가 명확해집니다. 상대방이 요청을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일정을 다시 조정할 여지를 남길 수 있습니다.
책임을 명확히 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압박하는 것과 다릅니다. 서로의 업무 상황을 확인하면서 필요한 일을 정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좋습니다.
4) AI로 문장을 점검하고 합의 내용은 기록하기
동료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AI를 활용해 표현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감정이 섞이기 쉬운 상황에서는 비난이나 압박처럼 들릴 수 있는 표현이 있는지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AI가 다듬어 준 문장이 항상 상대방에게 적절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 팀 분위기와 관계를 고려해 사람이 최종적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역할과 기한에 대해 합의했다면 회의록이나 팀 메신저에 간단히 기록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
구두로만 이야기하면 시간이 지난 뒤 서로 다르게 기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록은 책임을 따지기 위한 자료가 아니라 업무 기준을 함께 확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3. AI를 활용한 실전 업무 대화 프롬프트
앞에서 살펴본 내용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려면 동료에게 보낼 메시지를 먼저 작성한 다음 AI에게 표현을 점검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다음 프롬프트는 AI로 만든 보고서 초안의 검토 담당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을 가정한 예시입니다.
AI 요청 문장
팀에서 [AI로 만든 보고서 초안]을 검토할 사람이 정해지지 않았어. 내가 동료에게 보낼 메시지 초안은 아래와 같아.
[메시지 초안]
1. 비난이나 압박처럼 들릴 수 있는 표현을 짚어줘.
2. 사실 → 요청 → 확인 순서로 더 부드럽게 다듬은 버전을 2가지 제안해 줘.
3. 상대가 곤란해할 수 있는 지점을 질문 3가지로 알려줘.상대의 속마음은 추측하지 말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은 '확인 필요'라고 표시해 줘.
이 프롬프트의 핵심은 AI에게 상대방의 생각을 추측하도록 요구하지 않는 것입니다.
AI는 메시지에 담긴 표현과 문장 구조를 검토할 수 있지만, 동료가 실제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의 의도나 감정을 단정하는 문장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회사 기밀이나 동료의 개인정보는 입력하기 전에 가리거나 일반화해야 합니다. AI 사용에 관한 회사 규정이 있다면 해당 규정을 먼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4. 경계 없이 일하기와 경계를 정하고 일하기 비교
업무에서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정하면 어떤 차이가 생길까요?
다음 표는 두 가지 업무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한 비교입니다.
| 구분 | 경계 없이 일하기 | 경계를 정하고 일하기 |
|---|---|---|
| 책임자 | 암묵적으로 "누가 하겠지" | 이름과 기한이 있는 한 줄 |
| AI 결과물 | 확인자가 불분명 | 확인할 사람을 정해둠 |
| 문제가 생겼을 때 | 누가 놓쳤는지부터 따지기 쉬움 | 정해둔 기준으로 확인하고 조정 |
| 대화 방식 | 돌려 말하거나 지적이 되기 쉬움 | 사실 → 요청 → 확인 |
| 주의할 점 | — | 새로 모인 팀에서는 너무 엄격하게 몰아가지 않기 |
이 비교에서 중요한 점은 경계를 정하는 방식 자체보다 팀원들이 그 기준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입니다.
역할이 명확하더라도 업무량이나 담당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새로운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준을 정한 뒤에도 실제로 적용하기에 무리가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5. AI 협업에서 관계를 지키는 실용적인 팁
업무의 책임을 명확하게 정하면서도 팀 분위기를 유지하려면 다음 사항을 함께 고려해 보세요.
- 새로 모인 팀일수록 함께 정하는 분위기로 시작하기: 처음부터 개인의 몫을 강조하기보다 공동의 목표와 업무 방식을 먼저 공유해 보세요.
- 합의한 내용을 기록하기: 채팅방 공지나 회의록에 역할과 기한을 한 줄로 남겨두면 이후 업무 기준을 확인하기 쉽습니다.
- 상대방의 부담 확인하기: 정한 업무 방식이 부담스럽지 않은지 한 번 물어보세요. 업무의 크기와 역량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 사람보다 절차부터 점검하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담당자를 탓하기 전에 업무 분담이나 확인 과정에 빠진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이러한 방법은 모든 갈등을 해결하는 정답은 아닙니다. 다만 서로의 역할과 기대를 확인하고 업무를 조정하는 출발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6. 자주 묻는 질문
Q1. 업무 책임을 명확하게 정하면 팀 분위기가 딱딱해지지 않나요?
A. 그럴 수 있습니다. 관련 연구에서는 새롭게 형성된 집단에서 개인의 기여를 강조하는 방식이 집단 소속감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따라서 공동의 목표를 먼저 공유하고, 그다음 각자의 역할을 정하는 순서로 조정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소속감 약화 가능성은 연구진의 제안이며 검증된 결과와 구분해야 합니다.
Q2. AI가 만든 결과물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요?
A. 조직의 규정, 계약, 업무 지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 글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실제 업무에서는 회사 규정과 담당 부서에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AI가 결과물 작성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조직 내 책임 관계를 임의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Q3. 역할을 정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불편해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먼저 어떤 부분이 부담스러운지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에서 소개한 연구들은 상대방이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에서의 구체적인 대화 방법까지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실제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업무 범위나 진행 방식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AI 협업에서 책임은 명확하게, 관계는 유연하게
AI를 활용하는 팀에서는 결과물을 빠르게 만드는 것만큼 누가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판단할 것인지 정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역할과 책임이 모호하면 서로 상대방이 확인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개인의 책임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협업 과정에서 부담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업무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담당자와 확인자를 정한 다음, 필요한 내용을 요청과 확인의 문장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활용해 보세요.
무엇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을 먼저 탓하기보다 업무 절차와 소통 방식부터 점검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여러분의 팀에서는 AI가 만든 결과물을 누가 확인하나요? 정해진 규칙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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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Simply Psychology, 「Social Loafing in Psychology: Definition, Examples & Theory」(Karau & Williams 1993 메타분석 소개)
- Stieglitz et al. (2021), 「Collaborating with Virtual Assistants in Organizations: Analyzing Social Loafing Tendencies and Responsibility Attribution」, Information Systems Frontiers
- Worchel, Rothgerber & Day (2011), 「Social Loafing and Group Development: When "I" Comes Last」, Current Research in Social Psychology
면책 조항
본 포스팅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연구 결과는 연구 대상과 실험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실제 조직의 업무 방식과 책임 관계는 회사 규정과 개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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